회사에서 새로운 사업을 준비하면 “요즘 트렌드가 뭐죠?”라는 질문이 나온다.
그러면 검색량, SNS 언급량, 인기 키워드를 모은 리포트가 등장한다.
“최근 2030세대를 중심으로 관심이 급증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모두가 같은 리포트를 보고 움직이면 비슷한 제품과 콘텐츠가 쏟아진다.
트렌드를 읽었는데 왜 남들과 똑같아질까?
리포트에 잡힐 정도면 이미 커진 뒤일 수 있다
검색량이 폭발하고 기사와 SNS 콘텐츠가 넘쳐나는 시점은 트렌드의 시작이 아니라 이미 상당히 커진 뒤일 수 있다.
그래서 큰 숫자만 보면 늘 늦을 수 있다.
오히려 이런 작은 변화가 중요하다.
예전에는 없던 질문이 반복되는가? 소수 커뮤니티에서 새로운 표현이 생기는가? 고객 문의가 달라지는가? 기존 제품을 예상하지 못한 방식으로 사용하는 사람이 생기는가?
큰 숫자는 현재를 확인하는 데 강하고, 작지만 반복되는 변화는 미래의 가능성을 발견하는 데 도움이 된다.
플랫폼마다 다른 세상이 보인다
한 플랫폼에서 대세인 것이 다른 플랫폼에서는 거의 언급되지 않을 수 있다. 플랫폼마다 연령, 관심사, 콘텐츠 형식, 이용 목적이 다르기 때문이다.
따라서 “SNS에서 유행한다”라는 말은 너무 넓다.
어느 플랫폼에서? 어떤 사람들이? 어떤 방식으로 반응했는가?
트렌드 데이터는 수집된 장소의 특성을 함께 읽어야 한다.
검색량 증가와 시장 성장은 다르다
검색량이 300% 증가했다는 말도 기준값을 봐야 한다. 100에서 400으로 늘었을 수 있다. 매출이 200% 늘었다는데, 진짜 대박일까?에서 본 그 구조다. 비율은 작은 수에서 출발할수록 커 보인다.
검색이 늘어난 이유도 긍정적 관심이라는 보장은 없다. 제품 논란이나 뉴스 사건 때문에 일시적으로 관심이 몰릴 수도 있다. 검색량이 많으면 트렌드일까?에서 던진 질문이 여기서도 유효하다 — 이 선은 다시 내려왔는가?
그래서 최소한 세 가지를 분리하자.
관심의 증가 / 행동의 변화 / 시장의 성장
셋은 연결될 수 있지만 같은 것은 아니다.
이 리포트는 누가 만들었는가
트렌드 리포트에는 대개 만든 곳의 이름이 적혀 있다. 그런데 그 이름을 보고 “이 회사는 무엇을 파는가”까지 생각하는 경우는 드물다.
마케팅 대행사가 낸 리포트는 대행이 필요한 트렌드를 발견하는 경향이 있다. 특정 플랫폼이 낸 리포트에서 그 플랫폼이 지고 있다는 결론이 나오기는 어렵다. 컨설팅 회사의 전망은 그 전망에 대비하는 프로젝트로 이어진다.
거짓을 쓴다는 말이 아니다. 무엇을 세고 무엇을 세지 않을지 고르는 사람이 따로 있다는 말이다. 누가 데이터를 만들었는가: 기관, 기업, 언론의 의도에서 본 구조이고, 트렌드 리포트는 그 구조가 가장 잘 보이는 자리다.
무료로 풀린 리포트라면 한 번 더 생각할 것. 공짜로 나눠주는 자료에는 대개 나눠줄 이유가 있다.
트렌드 리포트에 없는 현장 데이터
고객 상담 내용, 영업 담당자가 반복해서 듣는 질문, 리뷰의 표현 변화처럼 깔끔한 숫자가 아닌 정보가 초기 변화의 신호일 수 있다.
고객센터에서 “이 기능을 가족과 공유할 수 있나요?”라는 질문이 조금씩 늘어난다면 아직 검색량에서는 작아도 새로운 사용 방식의 신호일 수 있다.
트렌드 분석에는 대시보드뿐 아니라 현장의 목소리가 필요하다.
트렌드는 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해석하는 것이다
트렌드 리포트를 읽은 뒤 세 가지를 물어보자.
- 이 변화는 우리 고객에게도 실제로 나타나는가?
- 일시적 관심인가, 행동 변화까지 이어지는가?
- 이 변화가 우리에게 어떤 기회 또는 위험을 만드는가?
이 질문에 답하지 못한다면 트렌드 데이터는 흥미로운 정보일 뿐 아직 전략은 아니다.
트렌드를 읽는다는 것은 가장 큰 숫자를 발견하는 일이 아니라, 숫자가 변하기 시작한 이유를 발견하는 일이다.
9장 체크포인트
9장은 ‘많이 보였다’는 말을 네 번에 걸쳐 나눠 본 장이다.
- 검색량 증가를 시장 성장과 동일하게 보지 않는다.
- 올라간 선이 다시 내려왔는지 확인한다.
- 조회수와 실제 행동을 구분한다.
- 바이럴의 발생 과정과 노출 조건을 확인한다.
- 댓글은 숫자뿐 아니라 내용을 읽는다.
- 팔로워보다 타깃 적합도와 행동 전환을 본다.
- 평균 조회수뿐 아니라 분포를 본다.
- 숫자를 누가 골라서 보냈는지 생각한다.
트렌드 분석 리포트가 놓치고 있는 것 (이 글)
- 플랫폼 이용자 구성을 생각한다.
- 작지만 반복되는 변화도 살펴본다.
- 리포트를 만든 곳이 무엇을 파는지 확인한다.
여덟 줄로 줄이면 한 줄이 된다. 숫자가 크다는 것은 많은 사람이 봤다는 뜻이지, 많은 사람이 움직였다는 뜻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