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터 리터러시 · 11.1

숫자는 비교 대상이 있을 때 말을 한다

“이번 달 매출 1억 2천만 원”은 좋은 소식도 나쁜 소식도 아니다. 전월·전년·목표·다른 팀 중 무엇을 붙이느냐가 평가를 만든다.

회사에서 “데이터를 잘하는 사람”이라고 하면 보통 엑셀을 능숙하게 다루거나 통계 용어를 척척 설명하는 사람을 떠올린다.

그래서 숫자에 자신이 없는 사람은 데이터 이야기가 시작되는 순간 한 발 물러선다.

“저는 숫자에 약해서요.” “엑셀은 기본 함수밖에 못 해요.” “통계는 잘 몰라요.”

그런데 실제로 데이터 때문에 곤란해지는 순간을 떠올려보면 조금 다르다.

회의에서 매출이 떨어졌다는 보고를 받았는데 왜 떨어졌는지 아무도 설명하지 못한다.

팀장이 “요즘 고객 반응이 별로인 것 같아”라고 말했는데 정작 어떤 지표가 나빠졌는지는 모른다.

KPI를 채우려고 모두 열심히 뛰었는데 회사가 원했던 결과와는 멀어져 있다.

이런 문제는 엑셀 함수를 몰라서 생기는 것이 아니다.

숫자를 어떻게 질문하고, 비교하고, 해석해서 행동으로 옮길지 모르기 때문에 생긴다.

직장에서 필요한 데이터 감각은 분석가가 되는 기술이 아니다.

자기 일을 조금 더 정확하게 설명하고, 근거를 들어 의견을 말하고, 쓸데없는 숫자에 휘둘리지 않기 위한 생존 기술에 가깝다.

“이번 달 매출은 1억 2천만 원입니다”

회의 자료에 이 문장이 있다고 해보자.

숫자는 정확하다.

그런데 좋은 소식인지 나쁜 소식인지 알 수 없다.

지난달 매출이 8천만 원이었다면 크게 성장한 것이다.

지난해 같은 달이 1억 5천만 원이었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회사 목표가 2억 원이었다면 또 다른 평가가 나온다.

이번 달 매출 1억 2,000만 원 하나에 비교 대상을 셋 붙인 그림. 전월 8,000만 원과 비교하면 50퍼센트 성장, 전년 같은 달 1억 5,000만 원과 비교하면 20퍼센트 감소, 목표 2억 원과 비교하면 60퍼센트 달성으로 읽힌다

같은 숫자가 세 가지 평가로 갈린다.

여기서 가장 기본적인 감각 하나가 나온다.

숫자는 혼자 있을 때보다 비교 대상이 있을 때 의미가 생긴다.

숫자를 있으면 네 가지를 비교해 본다

업무에서 숫자를 받으면 다음 넷 중 하나를 붙여보는 습관이 좋다.

  • 전주·전월과 비교하면 어떤가?
  • 전년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어떤가?
  • 목표와 비교하면 어떤가?
  • 다른 상품·팀·고객군과 비교하면 어떤가?

“고객 문의가 320건 들어왔습니다”보다 “고객 문의가 320건으로 전월보다 18% 늘었습니다”가 훨씬 많은 정보를 준다.

여기서 한 단계 더 가면 이렇게 된다.

“고객 문의는 전월 대비 18% 늘었지만 신규 주문은 3% 늘어난 데 그쳤습니다.”

이제 질문이 생긴다.

“문의는 늘었는데 왜 주문은 비슷하지?”

좋은 분석은 이 순간 시작된다.

평균을 보면 누가 평균을 만들었는지 확인한다

회사에서는 평균이 정말 많이 등장한다.

평균 구매금액, 평균 상담시간, 평균 근속기간, 평균 업무처리시간.

평균은 편리하지만 현실을 지나치게 매끈하게 만든다.

고객 넷의 상담시간이 2분, 3분, 4분, 31분이었다고 하자.

평균은 10분이다.

“평균 상담시간 10분”만 보면 대부분의 상담이 10분쯤 걸리는 것처럼 느껴진다.

실제로는 세 건이 4분 안에 끝났고 한 건만 유난히 길었다.

이럴 때 표준편차 공식을 계산할 필요는 없다.

“평균 주변에 대부분 모여 있는가?” “큰 값 몇 개가 평균을 끌어올린 것은 아닌가?”

이 질문만으로도 데이터의 모습이 훨씬 정확하게 보인다. 평균의 함정에서 다룬 이야기가 회의실에서 그대로 반복되는 셈이다.

퍼센트를 보면 분모부터 찾는다

“클레임이 50% 늘었습니다.”

회의실 분위기가 갑자기 무거워진다.

그런데 지난달 2건이 이번 달 3건으로 늘었다면 50% 증가가 맞다.

증가율은 크지만 실제로 늘어난 것은 한 건이다.

반대로 1만 건이 1만 1천 건이 되면 증가율은 10%지만 실제로는 천 건이 늘었다.

그래서 퍼센트를 보면 바로 물어야 한다.

“몇 건에서 몇 건으로 변한 거지?”

증가율과 실제 규모를 함께 보는 습관은 직장생활에서 생각보다 강력하다. 매출이 200% 늘었다는데에서 본 기저효과가 사내 보고서에도 똑같이 들어 있다.

그래프가 꺾인 날에는 사건을 찾는다

전환율이 3.2%에서 갑자기 1.9%로 떨어졌다.

마케팅팀은 광고가 잘못됐다고 생각하고, 영업팀은 고객의 구매력이 떨어졌다고 말한다.

알고 보니 결제 페이지를 개편하면서 모바일에서 오류가 났다.

이런 일은 실무에서 흔하다.

데이터 변화는 고객의 행동이 변해서 나타날 수도 있지만, 측정 방식이나 시스템, 운영 환경이 바뀌어서 나타날 수도 있다.

그래서 그래프가 갑자기 꺾이는 날짜가 있으면 먼저 캘린더를 떠올려본다.

“그날 무엇이 바뀌었지?”

사이트 개편, 가격 변경, 프로모션 시작, 광고 채널 변경, 측정 코드 수정, 휴일.

이런 사건을 나란히 놓고 보면 숫자의 이유가 보일 때가 많다.

같이 일어난 일과 그 일 때문에 일어난 일

월요일 회의에서 매출이 15% 떨어졌다는 보고가 나왔다.

마침 광고 소재를 바꾼 직후라면 “새 광고가 문제였나 봐요”라는 말이 자연스럽게 나온다.

하지만 같은 시기에 연휴가 시작됐거나, 인기 상품이 품절됐거나, 모바일 결제에 오류가 있었을 수도 있다.

같이 일어난 일과 그 일 때문에 일어난 일은 다르다.

실무에서 완벽한 인과관계를 증명하기는 어렵다.

그렇더라도 두 문장은 전혀 다른 말이다.

“광고 변경 이후 매출이 15% 줄었습니다. 다만 같은 기간에 품절이 늘고 연휴가 겹쳐 원인을 분리해 확인할 필요가 있습니다.”

“광고 때문에 매출이 떨어졌습니다.”

앞의 문장은 확인할 일을 남기고, 뒤의 문장은 확인을 끝내버린다. 상관과 인과에서 본 구분이 여기서는 회의 기록에 남는다.

전체가 그대로라고 내용까지 그대로인 것은 아니다

놓치기 쉬운 것이 구성의 변화다.

이번 달 매출이 지난달과 똑같이 1억 원이라고 하자.

변화가 없어 보인다.

하지만 기존 고객 매출이 7천만 원에서 5천만 원으로 줄고 신규 고객 매출이 3천만 원에서 5천만 원으로 늘었다면, 분석이 필요하다.

총액이 같다고 내용까지 같은 것은 아니다.

그래서 총매출을 신규·기존 고객, 상품, 채널로 나누고 총문의를 문의 유형이나 유입경로로 나눠 한 단계 내려가 볼 필요가 있다.

단, 무조건 잘게 쪼개는 것과는 다르다.

내가 풀려는 질문과 관련된 기준으로 나눠야 한다.

숫자에 분모를 붙이는 것도 강력하다.

총불량 건수보다 생산 1만 개당 불량, 총퇴사자보다 직원 100명당 퇴사, 총광고비보다 신규 고객 한 명을 데려오는 데 든 비용.

규모가 다른 대상을 공정하게 비교하려면 분모가 필요하다.

숫자를 정답이 아니라 이상 신호로 본다

데이터 감각이 좋은 사람은 모든 숫자의 원인을 즉시 아는 사람이 아니다.

오히려 숫자를 보고 “이상한데?”라고 느끼는 사람이다.

평균은 비슷한데 고객 불만이 늘었다.

방문자는 늘었는데 매출은 떨어졌다.

클릭률은 올랐는데 구매 전환은 낮아졌다.

이런 모순이 보이면 데이터가 재미있어진다.

숫자가 답을 주기 때문이 아니라 다음 질문을 알려주기 때문이다.

하루 5분이면 되는 훈련

업무가 끝날 때 숫자 하나를 골라 세 문장만 적어본다.

  1. 오늘 무엇이 변했는가?
  2. 무엇과 비교했는가?
  3. 왜 변화가 있을가?

예를 들면 이 정도다.

“오늘 홈페이지 방문자가 평소보다 25% 늘었다. 검색 유입이 크게 늘었다. 어제 올린 글이 검색 상단에 걸린 영향인지 확인해봐야겠다.”

이걸로 충분하다.

통계 감각은 공식을 많이 외운 상태가 아니다.

“무엇과 비교한 숫자인지?” “몇 건 중 몇 건인지?” “전체에서 무엇이 달라졌는지?” “같은 시기에 다른 변화는 없었는지?”

이런 질문이 숫자가 너무 쉽게 결론이 되는 것을 막아주는 상태다.